2007년 06월 26일
사과(謝過)의 미학
나는 내가 뭔가 잘못했을 때라도 남에게 사과하는 것이 자존심상하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주의였다. 상대가 뭐 잘났다고, 내가 그런 쪼끄만 일로 고개를 숙이는가? 물론 내가 못한다고 남들도 그러란 법은 없지만, 아무튼 최근 생각이 달라졌다.
아무리 막되 먹은 사람이라도 진심어린 사과를 받으면, 그 얼굴에 침을 뱉지 못한다는 걸 알았다. 그리고 그 사과행위는 사과하는 당사자의 자존감을 무너뜨리는 것이 아니라, 그 사과가 진실 할수록 그의 인품을 높일 뿐 아니라, 그 행위자체로 자기 자신을 성장시킨다는 걸 알았다.
최근 정말 꼴 보기 싫었던 옛 직장동료에게서 4년 전의 막장스러운 일에 대해 정말로 진심어린 사과의 말을 들었다. 그래서 통쾌했냐고? 아니, 오히려 내가 그에게 도덕적으로 빚을 진 것 같은, 송구스러운 기분을 느꼈다. 그리고 인간 같지도 않던 그의 얼굴이 빛나는 걸 발견했다. 좀 과장하자면, 숙연해지기 까지 했다고나 할까? 그가 내게 고개 숙이는 모습을 봤다고 해서, 절대 그를 깔보게 되는 것이 아니었다.
진심어린 사과의 말은 사과를 하는 사람에게나, 받는 사람에게나 긍정적인 에너지로 작용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. 
# by 태랑 | 2007/06/26 11:13 | 일기 | 트랙백 | 덧글(0)











